캘리버 RM009
시, 분 표시, 매뉴얼 와인딩 투르비용 무브먼트
25점 한정 생산
2005년 공개된 RM 009 펠리페 마사는 스트랩을 제외한 무게가 29그램에 불과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투르비용 모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케이스는 알루식(ALUSIC®)으로, 스켈레톤 구조의 무브먼트는 알루미늄-티타늄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두 소재가 워치메이킹에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였다.
RM 009의 등장은 곧 마케팅에 있어 도전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무거운 시계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차드 밀은 무게가 고작 29그램에 불과한 시계를 제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했다. 리차드 밀은 위성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식(ALUSIC®)으로 케이스를 완성하며, 산업용 소재의 숨겨진 미학을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탐구했다. 다만 이 소재는 폴리싱이나 브러싱 마감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RM 006의 계보를 잇는 RM 009는 극도의 경량화를 실현하며 워치메이킹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이 모델은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워치메이킹 역사상 최초로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에 알루미늄-리튬 소재를 적용했다.
알루미늄-리튬 합금은 주로 항공산업에서 사용되던 소재로,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버스 A380 항공기다. 이 합금은 리튬, 알루미늄, 티타늄, 지르코늄, 실리콘, 크롬, 아연, 망간으로 이루어진다. 리튬의 함유로 저항성과 탄성률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밀도는 낮아진다. 실제로 이 소재의 밀도는 2.6으로, 티타늄의 4.9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수많은 알루미늄 합금 중 알루미늄-리튬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탁월한 내부식성 덕분이었다.
RM 009는 리차드 밀 엔지니어들에게 케이스 경량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기계 가공 과정이 까다롭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들은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보호하기 위한 소재로 알루식(ALUSIC®)을 선택했다. 알루식은 알루미늄, 실리콘, 탄소 합금의 약어로, 원래 위성 제작을 위해 개발된 첨단 소재이다. RM 009는 이 알루식을 워치메이킹에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새로운 소재를 실험적으로 도입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기계식 시계를 구현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테스트, 훈련, 그리고 F1 레이스 경기 중 언제든 펠리페 마사의 손목에서 충격, 가속·감속, 진동을 견뎌낼 수 있는 투르비용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RM 009는 무게 29그램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시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