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기계식 시계의 기록을 다시 쓰겠다는 의지로 탄생시킨 모델이 바로 RM 27-01이다. 가벼움과 강성을 극한까지 추구한 이 시계는 그 자체로 독보적인 존재다. 스트랩을 포함한 전체 무게가 단 18.83그램에 불과한 RM 27-01은 2013년 세계 초경량 시계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현실로 증명했다.
캘리버 RM27-01
시, 분 표시, 매뉴얼 와인딩 투르비용 무브먼트
50점 한정 생산
RM 27-01 라파엘 나달은 직경 0.35mm에 불과한 꼬아진 형태의 스틸 케이블 4개를 사용해 베이스 플레이트와 케이스를 고정했다. 베이스 플레이트와 투르비용 케이지는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되었으며, 배럴 브리지와 기어 트레인은 알루미늄-리튬 소재를 채택해 강성을 더했다. 여기에 케이블 구조 특유의 유연성이 결합되어, 무게 3.5그램에 불과한 무브먼트를 안정적으로 보호한다.
케이블은 3시와 9시 방향에 위치한 조임장치와, 무브먼트 모서리 사면에 자리한 도르레로 구성된 독창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일정한 장력을 유지한다. 케이블은 조임장치에 고정된 후 상단 도르레를 통과해 무브먼트 내부로 들어가고, 다시 하단 도르레를 지나 케이스 플랜지에 마무리된다. 워치메이커는 케이블을 바느질하듯 배치한 뒤, 전용 도구를 이용해 중앙의 장력 조절 링을 회전시켜 케이블을 팽팽하게 조인다.
케이블 설치와 장력 조정은 극도의 세밀함을 요구한다. 장력이 지나치게 강하면 케이블이나 부품이 손상될 수 있고, 반대로 충분히 조여지지 않으면 무브먼트에 불필요한 진동이 발생해 정확한 시간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케이스 내부에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서스펜션 구조로 설계된 캘리버 RM 27-01은 이러한 혁신적 구조를 통해 무려 5,000g에 달하는 충격을 견딜 수 있다.
캘리버 RM 27-01은 공학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시계다. 정교하고 독창적인 구조는 무브먼트를 케이스 중심부에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지탱하겠다는 리차드 밀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대형 교량의 케이블 서스펜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리차드 밀은 이 건축적 원리를 워치메이킹에 적용해, 불과 수십 밀리미터에 지나지 않는 한정된 공간에 구현하고자 했다. 수 개월 간의 연구와 개발 끝에 엔지니어들은 이 과감한 발상을 실제 부품으로 실현했으며, 서스펜션 방식의 무브먼트는 최근 시계 제작에서 등장한 구조 중 가장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일체형으로 제작된 RM 27-01의 케이스에서 카본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케이스에 드러나는 짙은 흑연빛은 고밀도의 카본 나노튜브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색감이다. 카본 소재의 적용으로 RM 27-01은 충격과 스크래치에 뛰어난 저항성을 지니는 동시에, 착용자에게 라파엘 나달의 경기 퍼포먼스에 중요한 요소인 가벼운 착용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