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르망(Le Mans)에서 새로운 속도 기록이 탄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순간이 펼쳐졌다는 것. 전 세계 레이싱 팬들은 리차드 밀 레이싱 팀(Richard Mille Racing Team)이 전원 여성 드라이버로 구성된 팀으로 제88회 르망 24시(24 Hours of Le Mans)에 출전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터 레이싱 대회에서 여성 드라이버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리차드 밀은 FIA 내구레이스 위원회(FIA Endurance Commission) 회장으로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모터스포츠 산업에서 드라이버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정비사, 전략가 등 다양한 역할로 더욱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왔다. 프랑스 여성 모터스포츠의 개척자인 미셸 무통(Michèle Mouton)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위원회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의 레이스 무대에서 여성들의 도전을 적극 지원해왔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 리차드 밀 레이싱 팀(Richard Mille Racing Team)은 실력과 경험을 갖춘 여성 드라이버들로 구성됐다. 싱글 시터 레이싱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콜롬비아 출신 타티아나 칼데론(Tatiana Calderón), 포뮬러 3에서 두각을 나타낸 독일의 신예 소피아 플뢰르쉬(Sophia Floersch), 그리고 BMW 모터스포츠 주니어 드라이버 출신으로 2020년 유러피언 르망 시리즈(European Le Mans Series) 프로토타입 클래스에 데뷔한 네덜란드의 바이츠케 비서(Beitske Visser)가 한 팀을 이뤘다. 한편, 팀 주장 캐서린 레그(Katherine Legge)는 지난 7월 르 카스텔레(Le Castellet)에서 부상을 입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녀의 부재는 팀에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정말 아쉽지만, 팀과 의료진이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 최선이라고 믿어요. 다시 걷게 된 소중함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걸을 수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고 통증도 남아 있습니다. 운전은 가능하지만, 24시간 동안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제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고, 팀에도 불필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팀원들이 제 빠른 회복을 응원해 준 만큼, 이제는 제가 이 중요한 경기에 나서는 그들을 응원할 차례예요! 하루빨리 다시 레이싱카에 올라 트랙을 달리고 싶습니다."
캐서린 레그, 리차드 밀 레이싱 팀 주장
"이처럼 멋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기쁘고 감사했어요. 유러피언 르망 시리즈(ELMS)에서 두 번이나 6위 안에 들었지만, 르망 24시에 출전하는 건 모든 드라이버의 꿈이니까요. 리차드 밀과 FIA 여성 모터스포츠 위원회(FIA Women in Motorsport Commission)를 대표해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ELMS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세 명의 드라이버가 한 팀으로 레이스를 펼쳤어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사전 테스트 없이 바로 경기에 임해야 해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우리 모두 내구 레이스 경기 방식과 한 대의 차량을 공유하며 레이스를 풀어가는 전략을 완전히 익혔어요. 팬들과 함께하지 못한 게 유일하게 아쉬웠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해 주셨을 거라 믿어요. 저희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죠."
타티아나 칼데론
리차드 밀 레이싱 팀은 필립 시노(Philippe Sinault)의 시그나텍(Signatech) 팀이 운영하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50 오레카 07(ORECA 07) 깁슨(Gibson) 엔진 레이싱카로 LMP2 클래스에 출전했다. 차량에는 리차드 밀과 파리 뇌과학 연구소(Paris Brain Institute)의 로고가 함께 새겨졌다. 세계적 연구 기관인 파리 뇌과학 연구소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한 리차드 밀은 신경과 운동성의 연관성과 그 기원을 탐구하는 최첨단 의학 연구를 지원하며, 이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르망 24시에서 리차드 밀 레이싱 팀은 경기 승리뿐만 아니라 의학 연구 발전에도 의미를 두고 질주했다. 파리 뇌과학 연구소에는 42개국에서 모인 700명의 전문가들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간질, 루게릭병(ALS), 뇌졸중, 뇌종양, 다발성 경화증,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의 치료법을 연구하며,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리차드 밀은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하는 연구자들과 의료진을 기리는 마음으로 레이스에 임했다.
"르망 24시에 출전한 리차드 밀 레이싱 팀의 차량에 파리 뇌과학 연구소 로고가 함께 새겨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구소를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 준 리차드 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특별한 레이스는 끊임없는 도전과 한계를 뛰어넘는 정신을 보여주며, 이는 연구소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리차드 밀의 지속적인 지원은 연구 활동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공공 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연구진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제라르 사이앙 교수, 프랑스 파리 뇌과학 연구소 소장
"약 10년 전 파리에 설립된 파리 뇌과학 연구소는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뇌 및 척추 질환 연구 기관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와 직결된 문제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고의 연구진들이 이곳에서 협력하며, 뇌와 척추 질환 치료를 위한 최첨단 연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파리 뇌과학 연구소 소장인 제라르 사이앙(Gérard Saillant) 교수,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FIA 회장인 장 토드(Jean Todt)를 통해 연구소의 사명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핵심 연구를 리차드 밀 브랜드와 가까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연구소의 목표와 노력을 인식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리차드 밀은 연구소를 후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0년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88회 르망 24시(24 Hours of Le Mans)는 그 어느 때보다 이례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대회가 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경기장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현장에서 함성이 울려 퍼지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관객들은 피트 내부의 긴장감과 무대 뒤의 생생한 순간들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우리 팀의 목표는 타이어 및 연료 소비 관리에 집중하여 내구 레이싱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리차드 밀 레이싱 팀은 르망 24시의 시상대에 서기 위해 전력을 다했으며, ‘여성도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습니다.” 리차드 밀 고객 마케팅 디렉터, 아만다 밀(Amanda Mille)은 이렇게 결의를 다졌다.